“아저씨, 제 꿈도 훔쳐 주세요. 다시는 꾸고 싶지 않아요.”
사람이 꿈을 꾸면 머리맡에 동그랗고 하얀 꿈 주머니가 생기는 도시. 좋은 꿈은 비싸게 팔리고, 사람들은 창문을 잠그며 자기 꿈을 지킨다. 꿈 도둑은 밤마다 주머니를 훔쳐 돈을 벌지만, 자신은 꿈을 만들지 못한다. 남의 꿈을 머리맡에 두고 잠들어도 그 안에서 웃는 것은 언제나 다른 사람이다.
어느 밤, 한 아이가 그에게 자기 꿈을 훔쳐 달라고 부탁한다. 도둑이 가져온 주머니에는 세상을 떠난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아이의 행복한 꿈이 들어 있다. 아이에게는 깨어날 때마다 다시 잃어야 하는 꿈이다. 도둑은 자신에게도 좋은 꿈이 괴로움이 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주머니를 선뜻 처분하지 못한다.
한 구매자가 그 꿈에 높은 값을 제시한다. 꿈을 돈으로 바꾸던 도둑은 처음으로 망설인다. 팔 것인가, 부탁대로 없앨 것인가, 아이에게 다시 돌려줄 것인가. 아이의 꿈을 들여다보는 동안 그는 친구들의 꿈 이야기에 끼지 못했던 어린 시절과, 남의 행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던 첫 절도를 떠올린다. 시리즈는 도둑과 아이의 선택을 따라가며, 좋은 꿈의 값과 그 꿈을 꾸는 사람의 마음이 어긋나는 순간을 보여준다.
꿈이 거래되는 세계의 풍자에서 시작해 도둑의 과거, 아이의 부탁, 좋은 꿈을 둘러싼 거래와 선택으로 이어진다. 연필선을 살린 수채화 질감과 푸른 밤·금빛 꿈의 대비로, 같은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는 순간을 담는 서정적 판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