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신과도 같으니〉는 경주 남산에 전해지는 설화를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남산 생성설화에서 시작된다. 설화 속 두 신은 경주에 나타나고, 이를 마주한 처녀는 두 신을 산으로 착각하여 “산 봐라! 사람 살려!”라고 외친다. 결국 두 신은 그 자리에서 각각 산이 되어 남산과 망산으로 솟아난다. 작품은 이 장면을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재현하지 않고, 오늘날 남산을 찾은 작은 관광객의 시선과 교차시킨다. 거대한 산을 바라보던 관광객이 “...신인가?”라고 되묻는 순간, 과거의 처녀와 현재의 인간이 같은 자연 앞에서 마주하는 시선이 겹쳐진다.
여기서 반복되는 ‘작은 인간’은 단순히 인간의 크기를 의미하지 않는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제한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지를 상징한다. 작품은 전통 산수화와 실사 풍경을 오가는 시각적 전환을 통해, 오래된 설화의 세계와 현재의 남산이 서로 단절된 것이 아니라 같은 장소 위에 겹쳐 존재하고 있음을 표현하고자 했다.
후반부에는 남산의 또 다른 설화인〈열반골전설을 연결한다. 속세를 떠나 출가한 처녀가 천룡사에서 보살이 된 뒤,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던 짐승들이 각각 자신의 형상을 닮은 바위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작품에서는 보살이 산속의 짐승 형상 바위를 어루만지는 장면을 통해, 남산을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수많은 존재와 이야기가 깃든 공간으로 확장해 바라본다.
두 설화에서 신은 산이 되고, 짐승은 바위가 된다.인간의 눈에는 산과 바위로 보이는 존재가 설화 속에서는 신이자 생명이다. 작품은 이처럼 서로 다른 두 설화를 하나의 시선으로 연결하여, 산과 신, 인간과 자연, 생명과 바위 사이의 경계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보살은 말한다.
“신은 산과도. 같으니, 작은 인간들은 예나 지금이나 쉬이 둘을 구별하지 못하는구나.”
이 문장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과거의 인간이 산을 신으로 바라보았듯, 오늘날의 인간 역시 산과 바위를 그저 풍경과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산은 신과도 같으니〉는 설화를 재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