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무대 뒤편에서 다시 봅니다.
공연 직전의 분장실 복도. 스태프들이 의상을 안고 달리고, 시대별 한복이
줄줄이 걸린 복도 끝에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팀, 준비하세요!"라는 호명이
울립니다. 색동저고리를 입은 성인 여배우가 문을 열고 나갑니다.
그런데 무대에 조명이 떨어지자, 핀 스포트라이트 안에 서 있는 건
어린아이입니다. 같은 옷, 다른 몸. "액션!" 소리와 함께 민화 속 호랑이가
달려 나오고, 아이는 나무 위로 올라 이야기 속 누이가 됩니다.
장면이 멈추는 순간 무대는 한 권의 동화책 표지가 되고, 카메라가 물러나면
그 책은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 놓여 있습니다. 벽으로 호랑이 그림자가
지나가고, 아이는 작게 웃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는 곳에서, 아이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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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데이터 활용
한국문화정보원 한복 3D 데이터를 영상의 핵심 미술로 사용했습니다.
복도에 걸린 의상은 심의·철릭·장저고리·당의·저고리·두루마기·조끼를
시대순으로 배열해, 저고리 길이가 짧아지는 복식사의 변화가 한 프레임에
읽히도록 구성했습니다. 오누이의 의상은 어린이 한복 색동저고리와
까치두루마기를 원본 데이터 그대로 참조했습니다.
호랑이 캐릭터는 문화포털 전통문양의 호랑이문을 바탕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줄무늬와 표범 무늬가 한 몸에 섞이고 눈이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민화 특유의
해학을 살려, 무섭기보다 익살스러운 영물로 표현했습니다.
■ 연출 의도
질감을 3단계로 나누었습니다. 현실인 복도는 실사, 아이의 상상인 무대는
2D 셀 애니메이션, 그리고 인쇄된 삽화를 거쳐 다시 실사의 방으로
돌아옵니다. 관객은 질감의 변화만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듭니다.
전래동화는 박물관에 보관된 유산이 아니라, 매일 밤 새로운 주인공을
찾아가는 살아 있는 이야기라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