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승 속 불가사리는 쇠를 먹을수록 거대해지고 어떤 방법으로도 쉽게 없앨 수 없는 두려운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 작품은 그 강렬한 전승 모티브에서 출발해, 불가사리를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배고픔과 본능 속에서도 스스로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는 존재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기획했습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가사리의 목에 걸린 작은 방울이 있습니다. 불가사리에게 방울은 먹을 수 있는 쇠붙이인 동시에, 보리가 건넨 첫 번째 믿음이자 두 친구가 나눈 약속이었습니다. 무엇이든 먹을 만큼 배가 고픈 순간에도 방울을 먹지 않는 선택을 통해, 우정은 말로 선언되는 감정이 아니라 상대가 보지 않는 순간에도 약속을 지키는 행동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시각적으로는 전통 수묵화의 흑백 풍경과 한지의 섬유 질감을 바탕으로 붉은색을 감정의 표식처럼 사용했습니다. 잔잔한 장면에서는 먹이 번지는 여백과 느린 호흡을 살리고, 불가사리가 성장하거나 수레를 막는 순간에는 빠른 동세와 강한 명암 대비를 적용했습니다. 전통 설화의 정서와 현대적인 AI 영상 표현을 결합해 어린이에게는 재미와 따뜻함을, 어른에게는 약속과 편견에 관한 여운을 남기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