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설화에서 이무기는 아직 용이 되지 못한 미완의 존재이자, 오랜 시간을 견딘 끝에 용으로 승천하기를 기다리는 존재로 그려진다. 이러한 이무기의 특성에서 ‘용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변화를 완성하는 과정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본 작품에서는 전통 설화 속 이무기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인간과 관계를 맺고 감정을 경험하는 존재로 새롭게 해석하였다. 외롭게 살아가던 이무기에게 한 소녀가 먼저 사과를 건네고 두 존재가 오랜 시간 함께하며 쌓아 온 관계가 훗날 이무기의 선택을 바꾸는 이야기로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익숙한 전통 설화의 소재를 오늘날의 관객도 직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감정 중심의 판타지 서사로 표현하고자 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자 한 것은 ‘이무기가 어떻게 용이 되는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작품 속 이무기는 강한 힘을 얻거나 적을 물리쳤기 때문에 용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유일하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소녀가 상처받자 분노에 휩싸여 스스로를 잃지만, 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소녀의 모습을 통해 어린 시절의 기억과 본래의 마음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 순간 검은 허물이 벗겨지며 비로소 용이 된다.
이를 위해 작품 초반에는 소녀가 외로운 이무기에게 사과를 건네는 행동을, 후반에는 상처 입은 소녀가 폭주한 이무기에게 다시 손을 내미는 행동을 배치하였다. 같은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두 장면을 연결하고, 이무기를 멈추게 한 것이 특별한 능력이나 힘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인 관계와 기억임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따뜻한 숲의 금빛 색감에서 시작해 검붉은 폭풍과 흑룡을 거쳐, 마지막의 밝은 금빛과 옥빛 용으로 변화하는 시각적 대비를 통해 이무기의 감정 변화를 표현하였다.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인간에서 이무기로의 변화, 거대한 용과 폭풍, 허물이 벗겨지는 승천의 순간처럼 현실적인 촬영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설화적 장면을 시각화하고, 한국의 전통적 상상력을 현대적인 영상 언어로 재해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