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배경]
광화문 앞에 서 있는 해치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정작 그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해치는 시비와 선악을 가려내는 상상의 동물로, 조선의 궁궐과 사헌부를 지키던 정의의 수호수였습니다. 저는 이 익숙하지만 잊힌 전래 캐릭터를 '한 번도 자리를 뜬 적 없는 목격자'로 다시 세우고 싶었습니다.
기존 전래동화 영상은 이야기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작품은 반대로, 전래 속 존재를 현재까지 끌고 와 400여 년을 관통시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획 의도]
영상의 중심에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내가 없어도, 이 나라를 지켜줘."
어린 왕세자가 해치에게 남기는 이 부탁은 곧 사라질 사람이 건네는 유언이자 약속입니다. 이 나라를 끝까지 지켜낸 것은 결국 왕이 아니었다는 것, 그러나 그 마음만은 다음 사람에게 계속 넘겨졌다는 것 — 이것이 작품이 하려는 말입니다.
부탁이 끝나는 순간 화면은 먹물로 뒤덮입니다. 역사가 먹으로 기록되어 왔듯, 번지는 먹은 시대의 전환을 뜻합니다. 먹이 걷히면 왕세자는 해치의 등에 올라 조선의 궁궐을 지나 일제강점기의 거리, 그리고 오늘의 서울을 통과합니다. 배경은 계속 바뀌지만 해치와 그 등에 탄 아이는 바뀌지 않습니다. 변한 것은 건물이고, 변하지 않은 것은 지켜내겠다는 약속이라는 뜻을 담았습니다.
[기대 효과]
설명 자막에 의존하지 않고 이미지만으로 읽히도록 구성해, 어린이와 외국인 시청자도 해치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게 했습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시대별 건축과 거리 풍경을 저비용으로 재현했고, 59초 안에 한 캐릭터의 400년을 압축했습니다.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광화문에 서 있는 존재로서의 해치를, 다음 세대가 다시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 이 콘텐츠의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