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淨化)」는 ‘감정을 버리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AI 애니메이션이다.
작은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준혁은 질투와 불안, 상실감 등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감추며 살아간다. 어느 날 회사 화장실에서 몸을 씻으면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한 그는, 점차 현실의 고통을 마주하기보다 감정을 지우는 선택에 의존하게 된다.
한편 하수도 속 도깨비는 인간이 버린 부정적인 감정을 먹어 없애는 존재이다. 그러나 폭우가 쏟아진 어느 날, 미처 감당하지 못한 감정들이 범람하며 실체화되어 도시 곳곳에 혼란을 일으킨다.
그 혼란 속에서 주인공은 어머니를 잃고, 상실의 슬픔을 견디지 못한 채 홀린 듯 다시 화장실을 찾는다. 결국 그는 감정을 감당하지 못한 어미 도깨비에게 잡아먹혀, 이전의 수많은 희생자들처럼 인간의 감정을 대신 먹는 새끼 도깨비로 변하게 된다.
본 작품은 한국 전통 설화 속 도깨비와 현대인의 감정 문제를 결합해, ‘감정을 제거하면 인간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판타지와 오컬트의 형식으로 풀어냈다. 작품에서 감정은 단순히 극복하거나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며 스스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표현된다. 고통과 불안, 슬픔 역시 인간의 일부이며 이를 무조건 지워버리는 선택이 오히려 또 다른 상실과 비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작 과정에서는 생성형 AI를 영상 제작의 주요 도구로 활용하였다. AI 이미지 생성 및 변환을 통해 캐릭터와 배경의 콘셉트를 구축하고, 생성형 영상 도구를 활용해 장면별 움직임과 연출을 구현했다. 최종적으로는 일반적인 영상 제작 워크플로우와 생성형 AI 기반 워크플로우를 병용하여 이미지 생성, 영상화, 스타일 유지, 편집 및 후반 작업을 진행함으로써 전통 설화와 현대적인 애니메이션 연출을 결합하고자 했다.
「정화(淨化)」는 AI를 단순한 제작 보조 도구가 아닌 하나의 창작 파이프라인으로 활용하여 독창적인 세계관과 이야기를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가 기존의 영상 제작 방식을 확장하고,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와 시각적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