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도, 기쁨도 슬픔도 없는 무(無)의 공간. 그곳에서 한 여자가 영화를 통해 인간의 삶을 관망한다. 스크린 속 인간들은 사랑하고, 웃고, 분노하고, 상실하며 끊임없이 고통받는다. 어떤 고통도, 슬픔도 없기에 낙원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여자는 역설적으로 영화 속 인간들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세계를 과연 낙원이라 부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흔히 슬픔과 상처가 없는 삶을 이상적인 삶으로 상상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상실할 수 있기에 사랑할 수 있고, 슬픔을 알기에 기쁨 또한 감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고통을 제거한 완벽한 세계는 낙원이라기보다, 삶 자체가 제거된 공간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여자가 바라보는 ‘영화’는 자신이 경험할 수 없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창이다. 스크린을 바라보던 관객이 결국 극장 밖으로 나와 선악과를 향해 걸어가는 선택을 통해, 작품은 감정의 굴곡이 제거된 완벽한 세계보다 상처 입을 가능성까지 포함한 불완전한 삶을 선택하는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한 생성형 AI를 활용해 현실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무한한 무(無)의 공간과 초현실적인 낙원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인간의 감정을 외부에서 관망하는 존재의 시선을 시각화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