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은 '이따 할게'라는 한마디에서 출발했습니다. 바쁜 하루 속에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전화를 가장 쉽게 미룹니다. 언제든 다시 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그 믿음이 무너지는 하루를 100여 초에 담은 감정 단편입니다.
꽃집을 운영하는 30대 지우는 아침에 걸려온 엄마의 전화를 "이따 하자"며 밀어둡니다. 그 사이 엄마는 딸의 가게 앞까지 찾아와, 일하는 딸을 유리 너머로 바라보다 방해하지 않으려 반찬 보자기만 문 앞에 두고 돌아갑니다. 딸은 급한 배달로 뒷문으로 나서느라 그 마음을 끝내 보지 못합니다. 밤이 되어서야 문 앞의 보자기를 발견하고 전화를 걸지만, 이번에는 엄마가 받지 않습니다. 답 없는 연결음 속에서 영상은 끝납니다.
제목 '부재중'은 중의적입니다. 받지 못한 부재중 전화이면서, 동시에 엄마의 부재(不在)입니다. 영상이 끝난 뒤에야 두 번째 뜻이 열리도록 설계했습니다. 연출은 절제를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죽음도 눈물의 이유도 직접 설명하지 않고, 화면에 뜬 '엄마 ♥'라는 발신자 표시, 하루 종일 풀리지 않은 보자기 매듭, 어둠 속에서 반복되는 연결음 같은 사물의 언어로만 이야기합니다. 특히 사운드가 서사의 절반을 맡습니다. 진동, 음성사서함 속 엄마의 목소리, 그리고 끝내 연결되지 못하는 연결음이 감정의 흐름을 끌고 갑니다.
제작 전 과정은 생성형 AI로 이루어졌습니다. 캐릭터 시트와 공간·소품 시트를 먼저 확정해 모든 컷에서 인물의 얼굴과 공간, 소품의 연속성을 유지했고, 인물의 음성 역시 목소리 특성을 고정해 전 장면에서 같은 사람으로 들리게 했습니다. AI 영상의 약점으로 꼽히는 '컷 사이의 일관성'을 자산 설계와 편집으로 극복하는 것, 그리고 AI로도 기술 시연이 아닌 보편적인 감정 서사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이번 제작의 또 다른 목표였습니다.
이 영상을 본 누군가가 미뤄둔 전화 한 통을 오늘 걸게 된다면, 이 작품은 역할을 다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