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 붉은 바람〉
■ 작품 소개
사흘째 눈이 내리는 조선의 산골. 무영은 어미가 남긴 쇠방울을 목검에 매달고 하루 아홉 번, 열이레째 헛된 칼춤을 춥니다. 짚창고에 봉인된 열여섯 살 동생 아영을 살리기 위해서입니다. 마을이 아영을 산으로 넘기려 하자 무영은 봉인된 당집에 오르고, 여섯 해 전 사라진 어미와 마주합니다. 그리고 짝을 이룬 두 짝의 방울이 그동안 무엇을 주고받아 왔는지 알게 됩니다.
■ 연출 의도
이 작품의 중심에는 한 문장이 있습니다. "방울은 짝을 부른다. 한 짝이 울면 다른 한 짝이 답한다."
동생을 살리려 춘 백쉰세 번의 춤이 실은 산 위의 어미를 백쉰세 번 불러낸 것이었고, 그 대답을 동생이 제 몸으로 받아 왔습니다. 선의가 그대로 가해가 되는 구조 — 이 하나의 반전을 5분 안에 정확히 꽂는 것을 유일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래서 사건을 직접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폭력은 흰 눈 위에 번지는 붉은 것으로만, 여섯 해의 시간은 흙벽에 남은 손자국의 높이로만 드러납니다. 마을의 오랜 죄는 돌무지 아래 묻힌 색바랜 댕기 한 컷이 대신합니다. 말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이 우리 이야기가 오래 지켜온 방식이라 믿었습니다.
화면은 열네 컷을 무채색으로 눌러두었다가 마지막 네 컷에서만 채도를 올립니다. 소리는 눈 밟는 소리와 방울 소리, 그리고 그 사이의 정적 세 가지로만 설계했습니다.
■ AI 제작 과정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제작했습니다. Midjourney로 키프레임을 만들고 Google Flow(Veo)로 영상화했으며, ElevenLabs로 내레이션과 효과음을, HeyGen으로 대사 장면의 립싱크를 처리한 뒤 Filmora에서 편집했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AI 생성물의 고질적 한계인 컷 간 일관성이었습니다. 인물별 캐릭터 시트를 제작해 전 장면에 참조로 걸었고, 네 개의 룩마다 기준 이미지를 정해 스타일 참조를 사슬처럼 이어 붙였습니다. 얼굴이 드러나는 컷을 제한하고 나머지를 뒷모습과 손과 발로 처리한 것은 기술적 이유이기도 하지만, 얼굴을 아낄수록 드러나는 순간이 강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덮는 데에는 여섯 해가 걸렸고, 벗기는 데에는 한 호흡이면 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