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나이 듦을 '남은 여백이 줄어드는 일'로 여긴다. 이 작품은 그 전제를 뒤집는다.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한 조각 빛이다. 빛은 캔버스를 채워 나가지만,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그림자와 부딪히고 산란하며 부서진다. 그런데 부서짐이야말로 색채가 태어나는 유일한 방식이다. 온전한 빛은 하나의 색이지만, 부서진 빛은 모든 빛깔이 된다.
화폭이 거의 다 찬 순간, 남은 여백은 한 줌의 숨결만큼이다. 여기서 작품은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정말 줄어든 것인가. 답은 그 반대다. 칠할 자리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비출 자리가 넓어진 것이다.
그래서 이 캔버스는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빛은 멈추지 않고, 아직 닿지 않은 캔버스를 향해 항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