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대전. 한 사내가 극장 벽에 손으로 영화 간판을 그렸다.
사극, 괴수, 멜로 — 세상의 모든 영화가 그의 손을 지나갔다.
전부, 남의 영화였다.
그의 서랍에는 만들어지지 못한 영화가 한 편 있었다.
카메라도 배우도 돈도 없어서, 공책에 문장으로만 적어둔 영화.
그는 그것을 평생 찍지 못했다.
48년이 흐르고 간판은 인쇄물이 되고, 인쇄물은 화면이 되었다.
그리고 문장을 영상으로 바꾸는 기술이 나타났다.
손녀는 아무것도 새로 쓰지 않았다.
1978년의 공책을 그대로 옮겨 적었을 뿐이다.
첫 번째 문장은 제대로 살아났다.
두 번째 문장은 엉뚱한 것을 불러냈다.
그러자 노인이 48년 만에 다시 연필을 들어, 네 글자를 덧붙였다.
AI는 없던 것을 만들 수 있다.
무엇을 만들지 아는 건, 여전히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