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는 숏폼 콘텐츠와 정교한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자극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콘텐츠에 익숙해질수록 깊이 있는 사유와 감수성은 무뎌지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마저 잃어갑니다. 그럼에도 현대인은 자극을 멈추기보다 더 강하고 새로운 자극을 끊임없이 찾아 나섭니다.
이러한 현대의 모습이 세이렌의 노래에 이끌려 파멸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이렌의 아름다운 노래가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듯 현대의 콘텐츠 역시 우리의 시선을 붙잡고 더 강한 자극을 갈망하게 만듭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콘텐츠를 선택하고 소비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오히려 자극에 이끌려 소비되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이러한 생각을 르네상스 시대의 오페라 무대라는 고전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에 담아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현대인의 맹목적인 욕망과 자기 파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작품 속 관객은 자극에 매료된 현대인을, 세이렌은 숏폼과 알고리즘처럼 끊임없이 소비되는 자극적인 콘텐츠를 상징합니다. 반면 앙상블은 책과 같이 천천히 생각하고 감정을 느끼며 인간 본연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콘텐츠를 의미합니다.
세이렌과 앙상블이라는 상반된 존재를 통해 우리가 무엇에 매료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나아가 자극의 쾌락 뒤에 가려진 공허와 인간성의 상실을 환기하며 관객이 자신의 미디어 소비 방식과 삶을 주체적으로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