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창문들」
도시의 밤에는 불 꺼진 창이 많습니다. 누군가 잠든 창,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창.
그 창들 앞에 한 아이가 섰습니다. 아이는 유리에 입김을 불고, 손끝으로 고래 한 마리를 그렸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도시의 하늘에는 정말로 고래가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부터 창문들이 하나씩 바빠집니다. 어떤 창에는 숲이, 어떤 창에는 처음 보는 새가 그려지고, 아침마다 도시는 조금씩 달라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창 앞에서 아이는 오래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유리를 닦아 둡니다. 그 창은 다음 사람의 것이니까요.
상상이 실현되는 순간을 그린 65초짜리 이야기입니다. 동시에, 실현된 상상을 다음 사람에게 넘기는 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실사로는 찍을 수 없는 장면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유리 위의 낙서가 빛을 머금는 순간, 건물 사이를 지나가는 고래, 지붕 위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나무 — 생성형 AI가 아니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을 화면들입니다. 등장하는 사람은 언제나 뒷모습이거나 손이거나 실루엣입니다.
음악은 넣지 않았습니다. 조용한 나레이션과 화면만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