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 땅에 뿌리를 박은 채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문득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스스로를 세계의 중심에 놓지만, 지구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켜온 것은 식물이다. 인간 역시 결국 흙으로 돌아간다. 나는 그렇게 이유를 증명하지 않아도 존재하고, 흔들리면서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식물을 동경한다.
그러다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인간을 닮았고, 인간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무엇이 되고 싶어 할까. 과연 인간일까.
〈초록은 생각했다〉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인간과 기계의 우열을 이야기하기보다, 끊임없이 이해하고 완전해지려는 지능과 그보다 먼저 존재해 온 생명을 마주 세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히 생각의 주체라 여겨온 존재 밖으로 시선을 옮겨, 말없이 존재해 온 ‘초록’에게도 하나의 시선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