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배경과 의도
대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도시이지만, 대중에게는 엑스포·대덕연구단지·성심당 같은 개별 이미지나 ‘노잼도시’라는 별칭으로 소비되곤 한다. 《불시착한 미래》는 이러한 익숙한 도시 이미지를 나열하는 대신, 대전에 전해지는 설화와 현대 과학기술을 하나의 미스터리로 연결하는 데서 출발했다.
작품은 유성온천의 치유 전설, 보문산의 보물주머니, 식장산의 식량 설화를 각각 재생의학, 물질 생성, 장기 저장 기술의 흔적으로 재해석한다. 조선 후기 한밭에 불시착한 2053년의 미래인이 남긴 기술이 설화로 전승되고, 사라진 소제호 아래에는 원본 캡슐이 감춰져 있다는 설정을 통해 대전의 과거·현재·미래를 하나의 서사로 묶었다. 충남대학교의 설화 연구, KAIST의 기술 재현, 수호자 조직의 비밀 회의를 배치해 지역의 실제 공간도 이야기의 기능적인 무대로 활용했다.
기획의 핵심 의도는 과학도시 대전을 단순히 첨단기술이 모인 장소가 아니라, 아직 공개되지 않은 미래를 오랫동안 품어 온 도시로 보이게 하는 것이다. 특히 ‘노잼도시’라는 평가마저 수호자들이 진실을 감추기 위해 유지해 온 위장 전략으로 반전시켜, 대전의 평범함과 번잡함 모두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다.
또한 AI를 단순한 영상 생성 도구로 사용하지 않고, 사람이 설정한 캐릭터·사물·장소의 기준을 반복 검수하고 선택하는 제작 방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지역 설화와 인간의 기억, 미래 기술이 만나는 사실적인 한국형 SF를 구현하고, 기술보다 인간의 약속과 기다림이 오래 남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