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말이 참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젊을 때는 넘어져도 다시 하면 된다고 쉽게 말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한 번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나는 데 더 많은 마음이 필요했습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해야 할 일과 책임은 늘어나고, 주변을 보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정말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숨이 차고, 몸이 무겁고,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날도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땀을 흘리고 나면 조금은 괜찮아졌습니다.
잘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오늘도 나왔다는 것, 힘들어도 한 번 더 움직였다는 것,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넘겼다는 것. 그런 작은 일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나 자신을 다시 믿게 됐습니다.
〈NO EASY ROUND〉는 그런 마음에서 시작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에는 쉬운 라운드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잘 풀리는 날보다 버티는 날이 더 많고, 가끔은 왜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복싱에서 한 라운드가 힘들었다고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듯, 지금 힘든 시간이 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나이가 들었고, 지쳤고, 한동안 자신감도 잃어버린 평범한 중년 남자입니다.
그가 운동을 통해 갑자기 강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힘들어도 다시 운동화를 신고, 다시 체육관에 가고, 다시 한 라운드를 버텨내면서 조금씩 자기 자신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가사 속
“조금 느려도 괜찮아”라는 말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했습니다.
우리는 자꾸 남들과 비교하면서 너무 늦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늦은 나이는 없다고 믿습니다. 속도가 느려도 앞으로 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가 지쳐 있는 누군가에게 대단한 용기를 주지는 못하더라도,
“그래, 나도 내일 한 번 다시 해볼까.”
그 정도의 마음이라도 만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NO EASY ROUND〉는 결국 이 말을 전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쉬운 라운드는 없어도, 다음 라운드는 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힘은 아직 우리 안에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