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은 버스 한 대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낯선 도시의 정류장에서 그녀가 물었습니다. 이 버스가 맞느냐고. 그는 답했습니다. 자기가 탈 때 같이 타면 된다고. 그리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버스는 두 사람 앞을 그냥 지나갔습니다.
누구의 실수도, 의도도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 버스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같은 자리에 남겨졌고, 예정에 없던 기다림이 인연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에게 주어진 것은 봄과 여름뿐이었습니다.
벚꽃이 지는 길을 걸었고, 나란히 건반을 눌렀고, 가파른 골목에서 서로를 기다렸습니다. 그가 건넨 꽃다발은, 시들 것을 알면서도 건넨 마음이었습니다.
가을이 오기 전에 한 사람이 떠났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에는 지는 잎이 없습니다. 다만 꽃이 질 뿐입니다.
책상 위의 여권, 끝내 잡지 못한 손끝, 함께 넘을 수 없었던 경계. 두 사람은 마지막까지 아무렇지 않은 척했습니다.
비행기가 도시를 떠난 뒤, 화면은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을 거슬러 처음의 정류장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 꽃다발을 품은 그녀가 서 있습니다. 웃으면서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묻습니다.
"아직 여기 있어?"
그 물음에 대한 답은, 화면에 나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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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은 일본의 어느 꽃가게입니다. 그녀는 그때 받았던 튤립과 꼭 닮은 꽃 앞에 멈춰 서서, 조심스럽게 꽃잎을 만집니다.
정류장에서의 재회는 실제였을까요. 꽃 앞에 선 그녀의 기억이었을까요. 아니면 언젠가 돌아가 이루고 싶은 미래였을까요.
답을 정해두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그가 끝내 그녀를 찾아갔다고 보았습니다. 누군가는 그날 정류장에 서 있던 것이 그녀가 아니라 그의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누군가는 두 사람이 아직 만나지 않았다고, 그래서 더 좋다고 했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아도 이야기는 성립합니다. 다만 어느 쪽으로 보느냐에 따라, 제목의 뜻이 달라집니다.
너에게 피고, 너에게 지다. 무엇이 피었고 무엇이 졌는지 — 그것도 보시는 분마다 다를 겁니다.
다시 보시면 처음엔 지나쳤던 것들이 보일지도 모릅니다. 꽃다발이 몇 번 등장하는지. 두 사람이 같은 것을 쓰고 있던 장면이 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 컷에, 왜 한 사람만 남아 있는지.
이 이야기에는 아직 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습니다. 그가 삼킨 말과 그녀가 기다린 말은 어쩌면 서로 다른 말이었을 겁니다. 그 어긋남에서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당신은 어느 쪽을 보셨나요. 그리고 그렇게 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남겨주시는 해석을 전부 읽고 있습니다. 그 해석들이 다음 이야기의 방향이 될지도 모릅니다.
멈추지 않은 버스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아직 어느 곳에도 완전히 멈추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