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편의점에서 쉽게 사서 마시는 물이 사실 수십 년 전 내린 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에 깊은 인상을 받아 이 작품을 기획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땅속으로 스며들어 오랜 시간을 거쳐 우리가 마시는 물이 됩니다. 그렇다면 그 비가 물뿐만 아니라, 그날의 목소리와 마음까지 싣고 시간을 건널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에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주인공 하나는 제주에서 우연히 발견한 구멍을 통해 31년 뒤의 시우와 연결되고, 비가 내리는 날마다 서로의 목소리와 마음을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고 비가 멈추면서 두 사람의 연결 역시 끊어지고, 하나는 뒤늦게 자신에게 시우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깨닫습니다.
작품은 ‘비가 내린다 = 두 사람이 연결된다’는 단순한 규칙을 이야기의 핵심 장치로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비를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가 아닌, 두 사람의 감정과 시간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슬픔처럼 보였던 하나의 오열이 마지막에는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안도와 기쁨의 눈물’이었다는 사실을 밝혀, 관객이 처음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만드는 구조를 의도했습니다.
결국 《31년의 비》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누군가에게 닿는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한 방울의 비에도 누군가의 목소리와 마음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통해, 익숙한 자연현상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