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While True:》는 무한 루프를 뜻하는 프로그래밍 제어문에서 출발한다. 현대 사회는 쉼 없이 바쁘게 돌아가며, 그 속에서 개인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채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부품처럼 살아간다. 본 작품은 이러한 현대인의 번아웃과 끝없는 노동의 굴레를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우리가 무심코 소비하고 누리는 디지털 세계의 소소한 휴식 뒤편에 누군가의 또 다른 노동이 숨어있다는 역설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존엄과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초상을 성찰하고자 한다.
주인공 제이콥은 번아웃 상태에 빠진 현대 직장인이다. 그는 매일 어두운 작업실 안에 갇혀 끊임없이 키보드를 타이핑하며 살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와이파이가 끊겨 업무가 중단되는 순간, 비로소 컴퓨터 앞에서 한숨을 돌리며 처음으로 숨을 쉴 수 있는 잠시 동안의 휴식을 얻는다. 반면 픽셀 세계의 T-Rex는 제이콥의 노트북 내부, 와이파이 연결이 끊겼을 때 나타나는 미니 게임 속에 존재하는 공룡이다. T-Rex는 제이콥이 와이파이 손실로 휴식을 얻는 바로 그 순간 소환되어 달리기 시작한다. 멈출 권한조차 부여받지 못한 채 늘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야 하며, 유일한 끝은 장애물에 부딪히는 것뿐인 운명을 지닌다.
본 작품은 실사 영상과 8비트 픽셀 그래픽의 대조적인 혼합 연출을 핵심 장치로 사용한다. 제이콥이 존재하는 실사 세계는 좁고 갇힌 작업실과 톤 다운된 조명, 억눌린 구도를 활용해 일상의 답답함과 노동에 지친 실재적 중압감을 시각화한다. 반면 T-Rex가 존재하는 픽셀 세계는 단순하고 건조한 평면 그래픽으로 연출되어 디지털 시스템 내부의 비인격적인 규칙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연출의 핵심은 두 세계의 대비와 교차에 있다. 와이파이가 끊어지며 제이콥에게 찾아오는 노동의 중단과 휴식은, T-Rex에게는 강제된 달리기와 새로운 노동의 시작으로 반전된다. 프로그래밍에서 조건이 참인 동안 영원히 반복되는 구문처럼, 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끊이지 않는 노동의 이중구조를 감각적인 화면 전환으로 포착해낸다.
제이콥의 실사 세계와 T-Rex의 픽셀 세계를 분리하고 또 교차시키는 구조 자체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누군가가 누리는 짧은 휴식과 편리함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존재의 희생과 노동이 깔려있을 수 있다. 무한히 달릴 수밖에 없는 픽셀 공룡과 멈추지 않고 타자를 치는 직장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시스템이라는 무한 루프 속에서 우리는 과연 나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담담한 던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