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는 밤, 한 소녀는 다음 날 공연에 입을 흰 의상을 들고 동네 세탁방에 들어온다. 같은 날 비를 맞아 젖은 엄마의 파란 작업복도 함께 들려 있다. 세탁방에는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조기가 한 대뿐이고, 장식이 달린 흰 공연 의상과 색이 진한 작업복은 함께 돌릴 수 없다. 시간도 두 벌을 모두 말리기에는 부족하다.
소녀에게 공연 의상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중요한 무대의 일부다. 하지만 엄마에게 작업복은 다음 날 일을 나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옷이다. 소녀는 두 벌의 젖은 옷을 번갈아 바라보며 망설인다. 건조기 안에서 돌아가는 옷과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 세탁방의 조용한 소리 속에서 소녀의 고민을 대사 없이 따라간다.
결국 소녀는 자신의 의상 대신 엄마의 작업복을 건조기에 넣는다. 공연 의상은 여전히 젖어 있지만, 소녀는 엄마의 작업복이 따뜻하게 마르는 모습을 바라본다. 마지막에는 마른 작업복을 정리해 두고, 젖은 공연 의상을 품에 안은 채 세탁방을 나서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거창한 희생보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선택에 집중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작업복 한 벌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의 하루와 책임이 담겨 있다. 비, 젖은 옷, 건조기의 온기를 통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말보다 먼저 전해질 수 있음을 담담하게 표현하고자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