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Synopsis)
드높은 밤나무 꼭대기, 뾰족하지만 따뜻했던 밤송이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밤나무의 씨앗 율자(栗子) 바람이 불던 날, 밤송이가 벌어지며 율자(栗子)는 거친 땅 위로 추락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을 안아주던 가시 돋친 밤껍질은 온데간데없다. 매끄럽고 무방비해진 자신의 몸을 보며 율자(栗子)는 극심한 상실감과 공포를 느낀다. 율자(栗子)는 잃어버린 자신의 밤껍질을 찾아 숲속 여정을 시작한다.
스토리 (Story)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순간부터 자신을 품어줄 '안식처'를 향한 본능적인 갈망을 품는다. 우리가 발을 딛는 출발선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는 이미 세워진 견고한 지붕 아래서 생을 시작하지만, 누군가는 거친 비바람을 맨몸으로 견디며 주춧돌부터 쌓아 올려야 한다. 그 험난한 여정 속에서 때로는 타인의 그늘진 탐욕에 부딪혀, 공들여 엮어온 세계가 흔들리는 시련을 마주하기도 한다. 숱한 풍파를 지나, 우리는 마침내 삶의 동반자와 함께 서로의 무게를 지탱할 작은 우주를 짓는다. 비록 그곳이 우리가 그토록 동경하던 완벽한 이상향은 아닐지라도, 현실의 중력과 기꺼이 타협하며 우리에게 허락된 한 뼘의 땅에 깊은 뿌리를 내린다. 이윽고 그 고단하고도 눈부신 공간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때, 삶이라는 장엄한 굴레는 또다시 다음 세대를 향해 묵묵히 회전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