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한여름의 대낮. 거대한 유리 온실 한가운데 놓인 긴 식탁에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성인인 딸이 완벽한 좌우 대칭을 이루며 밀랍인형처럼 앉아있다. 이들의 창백한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읽히지 않고, 숨 막힐 듯한 정적만이 공간을 짓누른다. 식탁 위에는 세 개의 눈부신 황금빛 덮개(클로쉬)가 놓여 있다.
어머니의 우아하고 기계적인 손짓으로 덮개가 열리자, 붉은 꽃들 사이에서 박동하는 핏빛 심장 모양의 기괴한 고깃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가문 대대로 강제되는 '가족의 굴레'이자 피할 수 없는 유산이다. 아버지는 차가운 은빛 나이프로 붉은 업보를 썰어내고, 공허한 눈동자의 딸은 그 살점을 기꺼이 씹어 삼킨다. 순백의 식탁보와 옷깃 위로 붉은 피가 꽃잎처럼 번져가며 본격적인 유산의 대물림이 시작된다.
가족의 억압을 소화하는 순간,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육체의 붕괴가 일어난다. 딸의 창백한 얼굴 위로 도자기처럼 깨진 금빛 균열(킨츠기)이 뻗어나가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고통 대신 기괴한 황홀경에 빠져든다. 식탁 아래에서 기어 올라온 붉고 두꺼운 식물 넝쿨들이 가족들의 다리를 옭아매고, 이내 그들의 살점은 촛농처럼 녹아내려 서로의 육체, 그리고 식탁과 기괴하게 융합되기 시작한다. 개인의 자아를 버리고 가족이라는 덩어리에 완전히 종속됨으로써 역설적인 평온함을 얻는 것이다.
마침내 인간의 형상은 소멸하고, 세 가족은 피와 살점, 백색의 꽃들이 흉측하고도 우아하게 뒤엉킨 거대한 예술 조각으로 만개한다. 만찬의 끝, 화면을 압도하는 거대한 해바라기 정중앙에서 딸의 눈동자가 피어나 관객을 무심히 응시하며 단 한 번 깜빡인다. 영원히 이 식탁에 전시되어 살아갈 것임을 암시하듯.
이윽고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강렬해진 여름 햇빛이 온실을 완전히 하얗게 태워버리고, 하얀 고목을 칭칭 감은 붉은 뱀의 서늘한 잔상과 함께 절대 끝나지 않을 만찬이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