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다큐멘터리의 작가로서 '기록'을 써오며 늘 품었던 질문이 있다.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 역사에 남지 못하고 공식 기록이 이름을 지워버린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링반데룽〉은 이 질문에서 시작했다.
지리산은 그 질문이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 공간이다. 한국전쟁 전후 그 산에는 빨치산이라 불린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끝내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채 이름도 무덤도 애도도 없이 사라졌다. 산 아래에서는 그들을 '반란군'이라 부르느냐 '산사람'이라 부르느냐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목숨이 갈렸고, 그래서 남은 이들은 침묵했다. 그 침묵이 수십 년의 공백이 되었다. 나는 그들을 죽었으되 끝나지 못한 존재, 산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를 도는 형상으로 그렸다. 애도받지 못한 죽음은 완결되지 못하고, 완결되지 못한 존재는 떠나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침내 낡은 방송 테이프 속에서, 지워진 존재를 목격한 자는 그들을 구원하는 대신, 그들의 원에 합류한다.
링반데룽은 방향을 잃은 사람이 똑바로 나아간다고 믿으며 같은 자리를 맴도는 현상이다.
버림받아 산속을 맴돌다 죽어버린 자들. 한국전쟁이라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핏빛 역사 속에서, 수십년 동안 늘 거기 있었는데도 보이지 않는다며 외면했던 우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