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온 힘으로 땅에 내려앉는다. 그 힘에 한 줌도 안되는 검은 숲은 낮게 짓눌린다. 그것들은 색을 잃은지 오래 되었다. 땅에 드리워진 나무의 그림자는 모든 빛을 빨아들일 듯 어둡다. 세계에는 매일 많은 구멍이 생기고 사라진다. 저쪽의 많은 것들이 그 구멍을 통해 이쪽 세계로 넘어온다. 이쪽에 뚫린 구멍을 바라본다. 그 구멍으로 그리움도 넘어온다.
순식간에 들이치는 저 쪽의 검고 짙은 그리움에 나는 결국 무너져 내린다. 쏟아지는 잠의 구멍은 내 의식의 경계를 삼켜짙게 드리운 감상만을 뱉어낸다. 너의 많은 장면들이 나에게서 빠르게 빠져나간다. 그 장면 속에서 우리는 어스름의 해변에 있었던 것 같다. 외로운 해안선으로 잠겨가는 사람들을 따라 우리는 서서히 침잠한다. ‘이곳은 작은 무대 같네.’ 너의 말이다. 하지만 이내 다른 파도가 배우를 갈아치울 때, 권태로운 관객들은 무대 위에 무심한 눈길을 던질 뿐이라고. 그 장면은 아주 고요하다. 마치 갇힌 방 안처럼. 너를 불러보았지만 소리 없는 물방울이 되어 무심하게 부유하다 사그라질 뿐이다.
해풍에 나무가 크게 웅성이자, 검은 땅에 닿은 내 몸의 감각이 무섭도록 생생하다. 우리가 함께 누워있던 어스름의 해변은 여전히 외롭다. 다만 내 옆, 그러니까 저 쪽의 네가 있던 자리에 검은 구멍이 무심하게 박혀 있을 뿐.
Credit : AI Director 박윤형, AI Cinematographer 이승엽, Script 송성훈